카테고리 특집

[맥락과 표현] (6) 딱딱한 표현과 말랑한 표현

신호등의 빨강은 정지하라는 말이니 해석이 필요없다. 표현이 객관적이고 딱딱하다. 교회 십자가 첨탑의 빨강은 여러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표현이 주관적이고 말랑말랑하다. 해석이 필요없는 표현은 딱딱하고, 쉽든 어렵든 해석이 필요한 표현은 말랑하다. 자동차 뒤 유리에 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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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표현] (5) 성급한 꼰대의 오류

스무살 남짓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녀 한쌍이 카페 옆 자리에서 말을 주고받는다. 여자: “이제 그런 버릇 좀 고쳐.” 남자: “20년을 이렇게 살았는데 어떻게 고치니?” 나는 빵 터진 웃음을 추단하느라 자리를 잠시 피했다. 자리에 돌아온 날 흘끔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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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표현] (4) 형식은 내용의 미리보기다

글쓰기란 좋은 형식에 좋은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다. 표현 형식에는 글쓴이의 관점이나 태도가 드러나기 마련이라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택하여 어떤 방식으로 전개하는지 보면, 글의 내용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국립국어원 트위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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πάθει μάθος — ‘좋음’, ‘음미’, ‘겪음’

‘πάθει μάθος’(pathei mathos, 파테이 마토스)라는 희랍의 격언이 있다. pathei가 ‘겪다’, mathos가 ‘배운다’는 뜻이니 묶어서 ‘겪음과 배움’이고, 흔히 ‘고난을 겪음으로써 지혜에 이른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에 처음 등장한다. 그분께서는 인간들을 지혜로 이끄시되 고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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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표현] (2) 허구로 쌓아올린 진실

2013년이 저물 무렵 SNS에는 ‘반기문 사무총장 송년사’가 떠돌았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해를 넘긴 다음에는 “반기문 사무총장 신년사”라고 제목이 바뀌어 여러 온라인 공간에 퍼졌다.

[맥락과 표현] (1) 사실로 쌓아올린 ‘뻥’

‘쿠야시이'(悔しい)는 일본 운동 선수들이 경기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해 아쉬울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일본어 사전에는 ‘분하다’가 1번 뜻으로 나오지만, 운동 선수들이 저 말을 쓰는 건 경쟁자에게 져서 분하고 억울하다는 걸 표출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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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철학자’

내가 ‘회사원 철학자’라 불리게 된건 한겨레신문사에서 펴내는 잡지 〈씨네21〉의 ‘이창(裏窓)’ 칼럼에 글을 쓰면서다. 그 글들은 2003년 2월 18일에서 2004년 4월 7일까지 격주로 실렸다. 그 글을 쓰게 된 것은 당시에 편집장이었던 허문영 씨 — 연재를 끝낼 무렵에는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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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보고서

나는 이른바 ‘교육문제’에 관심이 없다. 한국의 교육제도가 엉망이니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을 궁리하느라 머리를 써본 적이 없다. 남들이 교육에 대해 쓴 글도 잘 읽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스크랩을 하기는 하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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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들에게 고전 읽히지 마라

2009년부터 지금, 2013년 초 겨울까지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40주를 계속해서 하는 곳도 있고 몇 주간 특강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한 번 특강을 하는 일도 있었다. 도서관들끼리 강의하는 사람 연락처를 공유하는 탓인지는 몰라도 여기저기서 특강을 해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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