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0세에 (그때까지 산다면)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확실하며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의 미래: 고령사회 → 초고령사회

미국 통계국에서 발행한 〈An Aging World: 2015〉 보고서 중 2015년과 2050년의 고령국가 톱 25. 그래프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미국 통계국에서 발행한 〈An Aging World: 2015〉 보고서 중 2015년과 2050년의 고령국가 톱 25. 그래프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늙어가는 한국, 34년 뒤면 세계 2위 고령화 국가 된다’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은 현재 고령사회다. 2050년이 되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초고령사회가 된다. 추세를 보아하니 이 예측이 틀릴 것 같진 않다. 게다가 2010년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이 45%로 OECD 국가 중 1위이고, 2050년 예상 기대수명은 84.2세로 5위다. 2050년이면 나도 고령 집단에 합류하므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 앞으로 34년쯤 후면 주변에서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그렇다면 그 많은 술집, 음식점에선 누가 돈을 쓰지?).
  • 노인들은 쓸 돈이 없다. 있는 돈도 불안하니 일본 노인들처럼 일단 금고에 넣어둘 수밖에 없다.
  • 그래도 먹고 자기만 할 수는 없다. 돈을 거의 쓰지 않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노후 대책으로서의 고전 읽기

이 ‘활동’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독서다. 너무 뻔하기도 하지만 여러 효과가 있겠다.

  • 경제적이다(책 비싸졌다고 하지만 브랜드 커피값 5천원에 비하면 싸다).
  • 치매 예방에 좋다.
  • 대화 주제가 다양해지고 급과 격이 달라진다.
  • 인생의 의미를 곱씹으며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고전 읽기가 제격일 것 같다. (지금 확신할 순 없지만) 그 나이에 자기계발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고전이라해서 인문 고전만 있는 건 아니다. 과학, 경제 등 모든 분야에 고전은 있다. 신중하게 선정된 추천도서 목록만 확보한다면 젊었을 때와는 다른 정신적 충만감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노안(老眼). 😭 주변에는 벌써 그 심각함을 호소하는 40대 중반 또래들이 꽤 있고, 나도 슬슬 기미가 보인다. 돋보기 없이는 책읽기 힘들어지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돋보기를 써도 눈의 피로감 때문에 책을 오래읽기는 힘들 것 같다.

오디오북으로 고전 읽기 또는 듣기

그렇다면 대안은 음성을 이용하는 것. 지금도 미국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보면 오디오북이 함께 출판되는 책들이 꽤 많다. 미국인들이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다른 이유는 없을까.

반면 한국은 EBS ’고전 읽기’, ‘오디오북’ 같은 방송(모두 종방), ‘책읽어주는 라디오’ 채널(FM 104.5MHz)이 있고, 지역 도서관에서도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몇몇 온라인 서점이나 전문 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중화는 되지 못한 것 같다.

형식은 음성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내용은 그대로 가도 될까? 책을 좋은 목소리로 읽어만 줘도 될까? 지금 2050년을 얘기하고 있는데, 내용도 변화할 것이다. 이를테면, 원문은 그대로 전달하지만 해설이 함께 가는 것이다. 원문을 듣다 이해가 잘 안 가면 (음성명령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확실히 다른 목소리의 누군가가 상세히 설명해주는 거다(입체적인 구성).

인공지능 ‘감마북’과 함께 읽기

그래도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면 알려줄만한 사람을 찾는 거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을 연결해 주든 아니면 출판사에서 지정한 전문가/학자를 연결시켜주는 거다. 실시간 또는 나중에. 아, 물론 여기서 인공지능(AI)이 빠질 수 없다. 이 양쪽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감마북’(가칭)이 맡는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것: 2050년이면 AI가 연결/매개뿐만 아니라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이런 책 설명을 직접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페이스북이 하고 있을 것 같지만) 같은 취향의 독서가들이 서로 만나고 얘기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역할도 AI가 할 수 있겠다(그리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한 녀석이 사람인 척하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대화하고 있겠지).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모두가 거실에 둘러앉은 것처럼 보이는/느껴지는 공간에서 책에 대해 토론을 할 수도 있겠다.

내가 80세가 되었을 때(그때까지 산다면), 편리함을 우선시할지 아니면 몇이라도 친밀한 이들과 직접 만나 담소 나누는 것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당연히 둘 다 만족할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