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와 ‘러브, 더 앱’ / 종이책과 전자책

매년 3월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이 열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도서전으로, 몇 년 전부터는 디지털 부문의 상이 신설됐다. 이 상은 2살부터 15살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앱들을 픽션과 논픽션으로 나누어 우수작을 가려낸다. 영어권 위주라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대상을 받거나 언급된 앱들 중 몇은 자녀에게 추천할 만하다. 특히 올해 픽션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한 ‘러브, 더 앱‘(Love, the app)은 몇 가지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앱은 1964년에 출간된 《러브》라는 감동적인 동화책을 원작으로 삼았는데, 단지 텍스트와 이미지를 디지털화한 것이 아니다. 원작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종이를 오려 붙인듯 섬세하게 만들어진 책인데, 앱은 그 느낌과 구성을 최대한 살리며 태블릿 PC의 장점인 사운드와 상호작용을 더했다. 그리고, 앱을 제작하는 과정 중에는 작품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원작자와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50년 전의 걸작이 현재에 재창조되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일에는 기술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이 우리의 ‘읽기’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각종 스크린으로 읽는 전자책은 그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얼마전 미국 최대 온라인서점이자 종합쇼핑몰인 아마존은 월 1만원만 내면 60만권 이상의 전자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참여를 거부하는 출판사도 많지만 볼 수 있는 전자책은 계속 늘어갈 것이고 이것은 전자책뿐 아니라 전세계의 출판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책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에도 각종 교육 관련 앱과 전자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소식도 꾸준히 들린다. ‘러브, 더 앱’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종이책과 전자책은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옥석을 가리는 기준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거부감 또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이 아니라 종이책에 대한 존중과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한 인정 속에서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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