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보틴스(지음), 김영선(옮김), 《부모인문학》, 유유, 2013.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이 곧 아이가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유명대학에 입학하면 그것이 곧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으로 인정받지 않던가요? “아이가 지식을 익힘으로써 지혜와 미덕에 이르게” 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갖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될 2~30년 후에는 사회가 어떤 능력을 요구하고 어떤 기회가 다가올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다양한 일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시야를 제공” 받을 수 있고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준비”할 수 있는 공부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단, 부모가 오랜 기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공부법입니다.

고전공부법이란?

리 보틴스(Leigh A. Bortins)가 쓴 《부모인문학》(The Core: Teaching Your Child the Foundations of Classical Education)은 고전공부법에 대한 책입니다. 고전공부법은 2,500년전 고대 희랍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부법으로, ‘고전문학공부’와는 다른 것이고, “한 가지 직업 기술을 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생이 빈틈없고 능력 있는 학습자가 되도록 훈련시키는” 엄격한 공부법입니다.

고전공부의 기초는 문법, 논리학(변증법), 수사학의 3학과(트리비움trivium)로 이루어집니다. “고전공부법은 두뇌 훈련과 유사한데,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뇌는 정보를 저장하는 법(문법)을 알고 정보를 처리해서 검색하고(논리학) 정보를 표현할(수사학) 수 있어야” 합니다.

3학과: 문법·논리학·수사학

문법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일반적인 원리와 체계”이며 “어떤 과목의 원리들의 개요”이고 “어떤 기술이나 학문의 기본 원리나 규칙”입니다. 이 때 배우는 것은 “창의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장 구조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구조 안에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그래야 사고의 토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 교사들은 어린아이들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훌륭한 역사 저자들의 저작을 베껴 씀으로써 그들을 모방하게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논리학은 “문법 단계에서 배운 좀 더 구체적인 개념들을 비교하기 위해서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법”입니다. “대개 논쟁, 대수학, 과학 실험을 통해 배우지만 퍼즐 풀이, 토론, 집단 대화를 통해 훈련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는 ‘냉철한 판단력’을 가르칠 것을 주장하는, 요즘 남용되는 ‘비판적 사고력’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사학은 “진리, 선, 아름다움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아주 구체적인 기술을 구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사학을 배운 학생들은 한 전문 분야의 세부사항이 어떻게 다른 전문 분야의 세부사항과 연관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어떤 주제를 감명 깊게 설득하는 법”을 배웁니다.

고전 전통은 우리에게 1. 개인의 경험, 2. 동시대인들의 조언, 3. 수세기에 걸친 사상들을 소중히 여기도록 요구하며, “단지 새롭다는 이유로 새로운 기술로 과거의 방식과 방법론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고전공부가 인터넷, 디지털 미디어 등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공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끊임없이’가 아니라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저자는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여 글을 능숙하게 읽고 쓰기 전까지는 공부하는데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가 늘어난다고 해서 시간을 들여 그 지식을 쌓으려 하는 아이의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고, “사실,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의 증가는 더 많은 또래와의 채팅 시간이 늘어나고 소설, 지도, 참고서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듦을 의미할 뿐”이라는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끊임없이’가 아니라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학습은 양방향”이므로 “부모 또한 활발히 참여하지 않고 기술에만 의존해서 아이들의 공부를 도울 수는 없다”는 것인데, 책에서 내내 강조하고 있듯이 고전공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부하는 가정 중심의 공부법입니다.

가정 중심의 고전공부법

고전공부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식으로, 가정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부모가 의도적으로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만들려고 하는 다른 형태의 교육”과 다릅니다. 가정 중심 교육에 대한 저자의 신념은 이렇습니다.

가정 중심의 교육에서 나의 목적은 아이들이 자기 통제력, 연민, 정치력을 가지고 지식을 드러내거나 사용하도록 키우는 것이다. 고전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지식을 익힘으로써 지혜와 미덕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만약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오직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지식을 이용한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혹독한 노력을 요구하지만 많은 것을 강요하지는 않기

“아이의 읽기 능력을 높이는 최선책은 부모 자신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즐겁게 공부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곧 부모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아이에게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네 아이를 고전공부법으로 키운 저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복종심을 심어주고 혹독한 노력을 하도록 요구한 결과,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서 자유로워졌다”는 역설적인 경험을 말합니다.

고전공부법의 기본이 되는 암기에 대해서도, “일단 아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암기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부모는 흔히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추가해서 암기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럴 때 부디 신중하기를 바란다. 체계적으로 복습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내용을 추가하면 단기 기억을 위한 점검과 반복 연습밖에 되지 않는다. 주요한 과학적 사실을 선택해서 평생 동안 암기하게”하고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가 한 시간 이상 과제를 한다면 더 이상 부담을 지우지 마라. 그냥 아이와 함께 즐겁게 책을 읽고 여러분 스스로가 고전공부법에 따라 공부를 시작하라. 그러면 아이가 공부와 씨름하고 있을 때 그저 답을 내도록 도와주는 것보다 더 유익한 방식으로 아이의 과제를 도”우라고 합니다. “고전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용어 정의를 가르치는 데서 시작한다. 부모가 어린아이를 교육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물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일지 모른다”며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식에 대한 존중 되찾기

이 시대의 지식은 아는 것이 아니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의 양에 압도 당해 찾는 것마저 포기하고 대신 찾아줄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은 재미를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공부는 잘못되고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러나 고전공부법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가정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킨다면 끝까지 해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아이들은,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 계획한 결과가 아니라 뜻하지 않은 결과로서 공부의 ‘재미’를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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