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관계, 유대감

리타 피어슨(Rita Pierson)이라는 교육자의 TED 강연 ‘Every kid needs a champion’을 봤습니다. 요약해보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관계이고, 교사는 아이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옆에서 북돋아주고 옹호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인상적인 부분들을 소개해보면(아직 한글 자막이 없어서 거칠게 번역),

어느날 한 동료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한테 애들을 좋아하라고 돈을 주는 게 아니잖아. 수업을 가르치라고 주는 거지. 그러니까 애들은 배워야하고, 나는 가르쳐야만 하는 거지. 그걸로 끝.”

그래서, 내가 말했죠. “애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한텐 안 배운다는 걸 알텐데.”

(역시 한 평생을 교사로 지낸 자신의 어머니가 은퇴하고나서 제자들이 찾아와서는)

“워커 선생님, 선생님은 제 인생을 변화시키셨어요. 제가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셨죠. 선생님은 제가 밑바닥에서 아무것도 아닐 때에도 의미 있는 존재처럼 느끼게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어떤 사람이 됐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걸 보고는 제 학창 시절을 잠깐 돌아봤습니다. 나는 강한 유대감을 느낀 선생님이 있었던가? 학년이 바뀌거나 졸업을 하고나서도 계속 연락하는 선생님이 있었나를 떠올려보면… 없네요.

전 이상할 정도로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을 어려워했습니다. 경외의 대상이었죠(입학 전에 읽은 위인전의 영향일지도). 그 경외심은 학생 눈 앞에서 촌지를 받는 것을 보고도, 이유 없이 구타를 해도, 형편 없이 가르쳐도 잘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외감이 오히려 선생님과 친밀한 유대감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 중 한 분은 제 대학 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고전문학, 한문을 가르치셨는데 인생에 대한 가르침은 물론이고 수업도 동기부여가 되도록 잘 가르쳐주셨죠. 그래서 저도 한문학을 배우고 싶었고, 국어국문학과를 들어갔죠. 그런데 막상 배우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었고, 교수님들은… 글쎄요. 오히려 제 인생의 고비마다 힘이 나게 하고 엇나가지 않게 해주었던 건 세상풍파를 겪고 공부에서 멀어져있다 다시 시작한 나이 많은 형들이었습니다. 제 정신적 사춘기로 추정되는 중학생 시절에는 동네서점 주인이었던 광일이형, 저학점에 허덕이던 대학생 시절에는 이미 마흔에 가까웠던 석암이형. 그 때는 이 형들이 제 ‘선생님’이었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로 더 나은 교육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수많은 교육 방법, 서비스,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은 물론이고 비영리단체, 연구소 등등 정말 많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풍부한 교육 경험을 위해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가르치는 이와 따라 배우는 이의 인간적 연결과 유대가 없다면 그건 그냥 지식의 주입일 것이고,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아이들이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쓰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이유는 책을 읽는 시간이나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 친구, 교사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시작으로, 저희 가족은 얼마 전부터 함께 밥 먹을 때는 태블릿PC(TV)로 뭔가를 보지 않고 대화하며 먹고 있습니다. 만화 없이는 밥 먹이기 쉽지 않던 네 살배기도 이제 조금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